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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시대와 아바타

2023년 1월 전자신문 오피니언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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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드디어!  드디어! 10년 동안 기다리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2>가 개봉되었다. 호불호가 나뉘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디자인을 전공한 내게는 놀랄만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첨단 그래픽을 통한 특수효과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러한 전문적 기술을 느낄 틈 없이 영화 속 물의 세계로 푹 빠져들었다. 등장인물들은 사람과 비슷한 외형이지만  파랗고 투명해 보이기 까지 한 피부, 요정과 같은 큰 귀를 내 손 끝으로 만져보고 싶었다. 끝이 없는 푸른 바다를 해쳐가는 고생 생물의 모습을 한 툴쿤은 천 년 전 시간을 끌어 온 듯하고 출렁이지만 그들만의 율동으로 움직이는 바닷속 생물들, 해가 없는 어두운 바다 밑바닥은 빛을 발하는 식물들로 인해 어둠이 없는 신비한 세상을 만들어 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너무나 생생한 경험으로 남아 있어 누군가에게 이 경험을 글로써 말로써 영화를 공유하기 어렵다. 나는 신비로운 아바타의 세상을 경험하고 온 것이다.


헝가리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우리가 어떤 일에 몰두하고 빠져있어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는 상태를 '몰입 경험'이라고 했다. 영어로 'flow'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flow는 물이 쉼 없이 흘러가는 상태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이며 편안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으로 이 단어를 끌어오면 우리가 어떤 일을 몰입하고 있을 때 주변을 인지하기 어렵고 내가 하고 있는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알아채지 못한 채 빠져 있고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태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행복한 심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쉬운 말로 ‘무아지경’인 것이다. 영화 아바타는 내게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어떤 순간에는 그곳 바다 세상을 보고 왔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저 극장을 갔을 뿐인데 그곳에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만들었고 영화의 ‘가치’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주변에 많은 경험의 사례들이 있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새로운 라면을 후루룩 한 입 먹었을 때 유난히 쫄깃한 식감이라면 당연히 카트 속으로 새로운 라면이 들어간다.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에어컨을 사러 갔다면 우리는 눈으로만 둘러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내게 맞는 섬세한 기능이 있는지 그 기능을 리모컨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직접 만져보고 조작해 보면서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직접 매장에 가서 제품을 살 수 없다면 사용 후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고 난 후 제품이 어떻게 좋고 나쁨을 느꼈는지에 대한 경험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경험 공유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결정적인 요소이다.  최근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러한 사용 후기는 중요한 요소이며 개인블로그나 SNS에서 공유되는 의견들은 자신의 경험들 서로가 공유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경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상품 구매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조차도 경험을 중요시한다. 가상세계의 메타버스는 새로운 이름과 외형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세상에서 활동하며 의상, 아이템을 구매하고 나를 변경할 수 있다. 온라인의 가상 세계 경험은 메타버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 모든 은행들이 우리를 은행 창구로 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 속으로 점포가 이동하면서 더 높은 금리 우대를 해 줄 테니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오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내가 경험한 은행업무 처리는 매우 간단했다. 순서표를 뽑고, 창구 앞에 앉아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창구직원에게 요청만 하면 그들이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점포는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야 하며 계좌를 만들기 위한 인증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내게 보여주는 많은 글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단어와 문장들도 너무 많다. 그래서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모두 동의’ 하나로 끝내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낸 돈은 정말 잘 전달된 것인가를 의심하여 계좌잔액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고, 앱이 왜 자주 업데이트 되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따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경험이 유쾌하고 즐거웠던 적이 있던가.  또는 긍정적 경험으로 남았던 적이 있던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경험은 몰입을 통해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해 볼까’라는 마음이 든다면 분명 그 경험 안에 긍정적 ‘가치’를 느낀 것이다. 삶의 모든 것이 경험으로 지나가지만 다시 생각나게 하거나 다시 사용해 봤으면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의 숙제인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내게 가치 있는 경험을 선물해 주었고 한번 더 영화를 보게 만든다.


미래는 지금보다 더 섬세하며, 광의적이고, 다양한 경험의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다음 칼럼부터는 전반적인 사업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의 경험이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와 의미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글의 저작권은 (주)팀플레이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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